2012년 05월 17일
어벤져스- 마블이 꽃 피운 국화꽃 한 송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도 울었나 보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근래 메이드 인 마블 코믹스 표 영화를 보던 내 마음을 표현해준 것은 서정주 형님의 이 시 한 구절이었다. 제아무리 매니아가 아니라면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는 영화라고 하지만 아이언 맨 2부터 토르, 캡틴 아메리카로 이어지는 마구잡이식 재고 대방출, 찍고보자식 영화 완성도의 꼬라지는 그야말로 암담한 수준이었다. 아니, 그건 ‘매니아’란 변명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배트맨과 엑스맨의 완성도는 원작을 보지 않은-과연 영화 붐을 타고 미국산 코믹스들이 번역 되기 전에 원작을 본 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이들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게 만들지 않았던가.
그리고 드디어 2012년 세계 종말이 오기 전에 등장한 어벤져스. 대체 어떤 세기의 대작을 만들었길래 앞의 작품들을 그렇게 분탕칠 했는지 수능 시험 성적표를 앞에 둔 수험생 아니 재수생 마냥 내 가슴이 다 설레였다.
‘어벤져스’는 분명 마블이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 났던 것이 이해가 갈 만큼 평일 관람료 8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재미를 던져준 작품이라 하겠다. 앞서 마구 뱉아내던 작품들을 꾸역꾸역 보느라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 말초신경을 시원스레 경락 마사지해주었다. 그러나 어벤져스는 홀몸이 아니다. 앞서 3개의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등장한 작품이 아니던가. 나 역시 울며 겨자 퍼먹는 심정으로 앞선 작품들을 다 보았기 때문에 어벤져스를 향한 나의 기대치는 평일 관람료 기준 아이언맨2(8000원)+토르(8000원)+캡틴 아메리카(8000원)이 포함된 32000원이었다. (안타깝게 어느 한 작품 조조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과연 어벤져스가 나에게 32000원 치의 기대감을 만족시켜 주었냐고 한다면 글쎄다. 연애에서도 상대방과 밀고 당기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보스급인 사슴머리의 존재감은 옥의 티가 아니었을까 한다. 기껏해야 헐크의 1회용 개그 소재 정도였으니 이렇게 폼 안나는 보스는 오랜만이다. 주인공들이 워낙 넘사벽이라 적과의 싸움보다는 지들끼리 싸울 때 오히려 더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의 점수는 32000원 만점에 24000원까지다. B급도 아닌 C급 특촬물스러웠던 영화 ‘캡틴 아메리카’는 지금 생각해도 안주 없이 소주 한 병 까게 만든다.
니들이 진정 히어로라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기 앞서 우리의 호주머니를 생각해서 앞으로 이 이상의 수준으로 3편 정도 더 나올 수 있게 혼신의 힘을 다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 by | 2012/05/17 12:48 | 영화대담실 | 트랙백 | 덧글(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