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16일
가난
작년 모 어린이 잡지의 삽화를 그렸을 적이다. 교통이 편리한 곳일 수록 집값이 비싸고 그래서 소득수준이 높은 이들이 산다는 내용의 글에 넣을 그림이었다. 그래서 지하철 역이 그려지고 가까운 곳에는 좋은 집과 부자가, 멀리에는 소박한 집과 가난한 사람이 그려지는 콘티가 짜여 있었다. 난 조금 심술맞게 생긴 얼굴의 부자를 그려넣었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얼굴의 가난한 사람을 그려서 보내주었다. 곧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자의 얼굴을 웃는 표정으로 그려주시고 가난한 사람은 좀 어두운 표정으로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난 시큰둥하게 대답했고 그림은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다 웃고 있는 모습으로 수정해서 보내주었다.
가난한 사람을 행복하지 않은 얼굴로 그려달라던 그 기자의 재산은 얼마였을까? 부잣집 자제분이었다면 그런 불행한 저임금의 기자 나부랭이는 하지 않았을테니....그렇다면 그 기자는 자기 인생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10평에 사는 사람은 10평 정도의 행복을 느끼고 50평에 사는 사람은 50평 만큼의 행복을 느끼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우리 욕망은 그렇게 느끼게 만들고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불행해야하는 사회. 가난하기 때문에 평생 자신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 이 사회는 이명박이 만든 것도, 한나라당이 만든 것도, 북한 괴뢰군이 만든것도 아니다. 바로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 낸 것이며 우린 우리가 만든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 by | 2009/08/16 20:02 | 화장실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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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생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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