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귀신

초등학교 4학년 자연 시간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천적 관계의 곤충을 이야기 해보라고 했을 때 난 자신있게 손을 번쩍 들었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곤충학자의 꿈을 키우며 산으로 들로 곤충채집을 다니던 나에게 천적관계의 곤충들 따위는 누워서 떡먹기 였다. 그래서 파리와 거미 같은 흔해빠진 대답 말고 기왕이면 폼 나게 아주 신기한 곤충을 발표하고 싶었다.

“개미와 개미귀신이 있습니다.”

순간 교실은 비웃음으로 넘쳤다. 교탁 앞에 서있던 담임 선생님은 까불면 맞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하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개미와 개미귀신을 말했을까 싶다. 하지만 비록 장난친 것처럼 보여도 엄연히 그 둘이 천적관계인 것은 사실이다. 난 당연히 ‘넌 어린나이에 자연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구나.’라며 선생님의 탄복이 이어질거라 생각했었다. 그래. 우매한 같은 반 녀석들이야 이런 고급 지식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선생님 역시 한통속이 되어 웃고 있다니. 그건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던 혜성과 맞먹는 큰 충격이었다. 난 그래서 아직도 잠자리를 볼 때면 종종 당시의 억울함이 떠오르곤 한다. 아마도 그날 저녁 밤 하늘에서는 별이 하나 졌을 것이다. 분명.

선생님. 개미를 잡아먹고 사는 개미 귀신이란 벌레는 정말로 있습니다.

by self_fish | 2009/10/14 03:08 | 비상구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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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라이 at 2009/10/14 09:30
무식한 선생이 애를 망친다며 설치는 강남엄마들의 심정을 알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_-;;;;; 아니 초등학교 선생이 개미귀신을 모른단 말이에요.마구 땅을 똥글똥글 갈아대서 함정을 만드는 개미귀신을.
Commented by self_fish at 2009/10/15 18:36
ㅎㅎ 아무래도 옛날이라서 그랬는듯 합니다. 그때는 지금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죠. 초등 4학년이래도.
Commented by Alias at 2009/10/14 14:14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데에 과학적 소양이 별로 필요없으니 말이죠....-_-;

저학년은 몰라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는 교과전담제가 필요한데 밥그릇다툼 때문에 시행되기 매우 어렵지요.
Commented by self_fish at 2009/10/15 18:36
저도 교과전담제에 찬성이에요. ^^
Commented by 가이우스 at 2009/10/14 14:18
초등학교때 파브르곤충기가 필수도서였던 기억이 나는데요.. 독후감도 썼었던 기억도 있었고
동네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여서 관찰기도 썼었는데요
Commented by self_fish at 2009/10/15 18:38
초딩 필독서죠~
Commented by GHOSTDOGG at 2009/10/14 14:23
전설의 개미귀신을 모르다닝. 선생님이 이상하네요. 개미귀신 포스 쩌는뎅.
Commented by self_fish at 2009/10/15 18:39
기개가 느껴지는 개미귀신입니다. ㅋ
Commented by 울트라김군 at 2009/10/14 14:37
개미귀신을 모르는데 선생을 해요?[...]
Commented by self_fish at 2009/10/15 18:39
개미귀신을 몰라도 선생은 할 수 있죠? ^^;
Commented by 울트라김군 at 2009/10/15 18:45
기억을 더듬어보니 제 은사님도 제가 당연하다 싶었던걸
모르고 계셨던 때가 생각나는군요.실언이였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난롯가 at 2009/10/14 14:50
그 선생님..명주 잠자리는 알았을까요 'ㅅ' 답답하셨겠네요.
Commented by self_fish at 2009/10/15 18:40
억울하더라구요. 흑흑....
Commented by mattathias at 2009/10/14 15:37
Ciondolino 라는 소설에 개미귀신이 인상적으로 묘사되고 있다지요. 예전에 '촌드리노'라는 이름으로 동화책에 그 일부가 소개된 적이 있었거든요.
Commented by self_fish at 2009/10/15 18:40
아. 그렇군요. 개미귀신 동화책이라. 흥미로운데요!
Commented by mmgoon at 2009/10/14 18:38
저는 거미는 곤충이 아니에요 했다가 선생님에게 바보 취급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초등학교에서 과학이란 이런식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듯 합니다.
Commented by self_fish at 2009/10/15 18:42
점점 초등학교의 수준은 오르는데 선생님 혼자서 모든 과목을 커버하기란 불가능해 보여요. 역시 교과전담제 밖에는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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