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4일
개미귀신
초등학교 4학년 자연 시간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천적 관계의 곤충을 이야기 해보라고 했을 때 난 자신있게 손을 번쩍 들었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곤충학자의 꿈을 키우며 산으로 들로 곤충채집을 다니던 나에게 천적관계의 곤충들 따위는 누워서 떡먹기 였다. 그래서 파리와 거미 같은 흔해빠진 대답 말고 기왕이면 폼 나게 아주 신기한 곤충을 발표하고 싶었다.
“개미와 개미귀신이 있습니다.”
순간 교실은 비웃음으로 넘쳤다. 교탁 앞에 서있던 담임 선생님은 까불면 맞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하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개미와 개미귀신을 말했을까 싶다. 하지만 비록 장난친 것처럼 보여도 엄연히 그 둘이 천적관계인 것은 사실이다. 난 당연히 ‘넌 어린나이에 자연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구나.’라며 선생님의 탄복이 이어질거라 생각했었다. 그래. 우매한 같은 반 녀석들이야 이런 고급 지식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선생님 역시 한통속이 되어 웃고 있다니. 그건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던 혜성과 맞먹는 큰 충격이었다. 난 그래서 아직도 잠자리를 볼 때면 종종 당시의 억울함이 떠오르곤 한다. 아마도 그날 저녁 밤 하늘에서는 별이 하나 졌을 것이다. 분명.

선생님. 개미를 잡아먹고 사는 개미 귀신이란 벌레는 정말로 있습니다.
# by | 2009/10/14 03:08 | 비상구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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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은 몰라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는 교과전담제가 필요한데 밥그릇다툼 때문에 시행되기 매우 어렵지요.
동네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여서 관찰기도 썼었는데요
모르고 계셨던 때가 생각나는군요.실언이였습니다 ㅠㅠ
아무래도 초등학교에서 과학이란 이런식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