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의 가치란 무엇일까? 이런 해괴망측한(?) 질문에 지금까지 많은 수학의 현자들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우리의 폐부를 찌르는 정의를 내려주었다. 그런 주옥같은 정의 중 하나는 수학으로 인해 우리는 직접 손발로 뛰지 않고서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라는 것이다. 즉 직접 포를 쏘지 않고도 미적분을 이용해 포탄이 떨어질 곳을 계산하여 초탄명중을 노릴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론 물리학자들은 침대에 누워서 코를 후비면서도 별의 탄생과 죽음, 심지어 우주의 과거와 미래까지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이집트에서 기하학이 발달한 것도 매년 나일강의 범람으로 경작지를 새로 측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항상 범람 전과 같은 모양의 땅을 지정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기하학을 이용하여 모양은 다르더라도 같은 면적의 땅을 손쉽게 정해줄 수 있었다.
이런 수학의 아름다움을 명확하게 보여준 최초의 예는 해시계와 그 그림자, 그리고 기하학을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측정했던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기원전 276경~ 기원전 195년경)일 것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북아프리카 키레네에서 태어나 아테네에서 공부했으며 문학 비평, 시학에서부터 지리학과 수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통달했던 만물박사였다. 그리고 이런 만물박사에 어울릴 법하게도 훗날 그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으로도 임명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지리학 책을 두 권 썼는데 위도선과 자오선을 사용해 세계지도를 최초로 그린 [지리학]과 지구 크기를 계산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는 [지구의 측정]이다. 두 권 다 유실되어서 다른 학자들의 기록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지구의 크기를 계산한 내용이 여러 문헌에 언급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왔다는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여러 사람들을 감동시켰는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M의 각은 A(알렉산드리아)에 놓은 막대의 그림자 각인 7.2도와 같다.
그러므로 7.2:AS=360:x를 계산하면 지구의 둘레가 나온다.
이외에도 몇 개의 다른 풀이가 있지만 모두 초등학교 수학 정도의 실력이면 간단하게 풀 수 있다.
이처럼 너무나 천재적이었던 그의 이 측정은 2천 5백 년 가량 지난 지금까지도 그 권위를 인정받으며 줄곧 인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의 학생들이 매년 그 실험을 재현하고 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행했으리라 예상되는 측정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자들은 아마도 그리스 식 해시계인 스카페skaphe를 이용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참고 및 발췌
로버트 P. 크리즈 저, 김명남 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지호, 2006
*어린이 과학 월간지 과학쟁이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