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전지훈련 by self_fish

일종에 정신적인 에너지와 육체적인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면, 늘 앉아서 그림 그리고 책을 뒤지는 직업의 특성상 정신적인 에너지는 당일분을 모두 소비한다. 반면 육체적인 에너지는 딱히 쓸데가 없는데 그렇다고 계속해서 쌓아두면 기름때처럼 덕지덕지 껴서 정신과 육체 모두를 삐걱거리게 만든다. 그 때문에 조깅이나 농구 등의 운동을 통해 억지로 소비하는 편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은 유독 추웠고,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미세먼지들로 인해 나가서 뛰지를 못했다. 헬스장은 좋아하지 않기에 겨우내 거의 운동을 하지 못하고 남아도는 육체적인 에너지들을 싸짊어지고서 방구석에서 심통 난 노인네처럼 처박혀 있었다.

그래서 오키나와로 떠나며 가장 먼저 챙겼던 것은 운동화와 농구공이었다. 이를 보던 아내가 말했다.

“여행 가는 사람이 운동복은 왜 그렇게 많이 챙겨. 전지훈련 떠나?”

아내 말대로 나의 이번 오키나와 행은 여행이 아닌 전지훈련이었다.

사실 내 소소한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 아래서 마이애미의 해변을 웃통 벗고 조깅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무지 근시일 내에 마이애미를 가기엔 어려울 것 같고, 오키나와 해변도 그에 못지않게 좋기 때문에 벅찬 마음으로 하루하루 산책로를 뛰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웃통은 벗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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