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에 지원하세요? by self_fish

어제 술 마시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임상시험 지원 앱 광고를 보고 순간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임상시험을 마치 괜찮은 알바 자리처럼 소개하는 것 같아서다. 언젠가 보았던 서울이 세계 제 1위의 임상시험 도시라는 기사의 헤드라인도 떠오르자 혈압이 치솟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을 수 없고, 그려면 누군가는 임상에 참여를 해야만 한다.

그럼 나는 왜 임상시험에 대해 이처럼 막연한 거부감을 갖게 된 걸까? 오로지 임상시험을 마치 생체실험처럼 묘사한 영화 탓일까?

그래서 임상시험의 실상은 어떤지 검색을 해서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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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상은 수십 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기초연구를 끝낸 약물의 안전성을 점검.
2상은 수백 명 단위의 건강한 사람과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과 부작용을 더 면밀히 관찰.
3상은 환자만을 대상으로 수천 명의 인원이 참여. 2상에서 결정된 투약량과 용법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약물의 효능, 부작용, 안전성을 점검.

우리나라에서는 이 중 3상이 많이 이뤄지는데 여기엔 한국의 낮은 신약 접근성이 원인이다. 한국의 신약 접근성은 20%며, 전 세계 평균은 49%다. 건강 보험 재정 문제로 검증되지 않은 신약에 보험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들이 저렴하게 신약을 사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환경에서 병원은 3상 임상시험을 유치해 환자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

2000년부터 임상시험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정부가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크다. 또한 병원들도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기도 했고, 국가는 별다른 노력 없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초반에는 묻지마 식 생동성 시험(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지 확인하는 실험)이 많이 시행되었고, 환자 보호의 개념이 희박해 약의 부작용, 기전 설명 등 환자 권리와 관련된 고지가 거의 전무했다. 이것이 현재 임상시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싹트게 된 원인이다. 지금도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당시의 시각으로 현재의 임상시험을 바라봄으로써 부정적인 시각을 퍼트리고 있다.

현재 정부는 환자 보호 측면을 강화하고 있다. 제약사 등의 임상시험 의뢰자는 시험 대상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의 피해를 배상 또는 보상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건강한 사람의 임상시험 참여 횟수도 연간 4회에서 2회로 축소됐다. 참여자들은 임상 진행 시 환자 권리 고지나 피해 보상 규정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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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현재의 임상시험은 과거와 달리 철저한 규정과 환자 보호 하에서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내 깨름직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건 임상시험이 단지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의 문제도 내포하고 있어서다.

3상을 제외한 시험에 참여하는 신체건강한 이들 대부분은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젊은 저소득층 사람일 것이다. 고소득층의 신체건강한 남녀 중 임상시험에 참여한 이가 과연 몇 이나 될까? 이런 상황에서 임상시험이 필요하고, 안전하다고 홍보한 들 그 의미가 어떻게 전달될 지는 뻔하다.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의 초석이라고요? 근데 왜 가난한 사람만 그 초석이 되는 거죠?"

임상시험에 대한 거부감을 단순히 무지나 편견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쉽지 않은 문제다.

-참고 발췌-
김효정. “서울은 왜 세계 1위 임상시험 도시가 됐나”. 주간조선. 2018.12.17.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537100004&ctcd=C02)
최선. ”마루타 알바 아냐?" 글로벌 6위 임상 강국의 그늘. 메디컬타임즈. 2019. 01. 09.(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mode=view&ID=1123722&REFERER=NP)

덧글

  • 2019/07/19 00:4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lf_fish 2019/07/19 01:29 #

    의견 감사합니다~ 잘 알고나니 오히려 더 머리 속이 복잡해 집니다. ^_^;;
  • 2019/07/19 16: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7/19 16: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07/19 16: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atom 2019/07/19 16:23 # 삭제 답글

    서울이 임상시험 1위라고요? 인도가 하도 많이 해서 서울까지 순위가 오기 어려울텐데요...
  • 지나가다 2019/07/19 17:11 # 삭제

    도시로는 서울이 2017/8년 기준 1위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가로는 미국이 압도적인 1위이고요. https://www.koreaclinicaltrials.org/kr/contents/datainfo_data_01_tab03/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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