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5일
톡 쏘는 영화- 호우시절
# by | 2009/10/15 18:34 | 카툰실험실 | 트랙백 | 덧글(2)
초등학교 4학년 자연 시간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천적 관계의 곤충을 이야기 해보라고 했을 때 난 자신있게 손을 번쩍 들었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곤충학자의 꿈을 키우며 산으로 들로 곤충채집을 다니던 나에게 천적관계의 곤충들 따위는 누워서 떡먹기 였다. 그래서 파리와 거미 같은 흔해빠진 대답 말고 기왕이면 폼 나게 아주 신기한 곤충을 발표하고 싶었다.
“개미와 개미귀신이 있습니다.”
순간 교실은 비웃음으로 넘쳤다. 교탁 앞에 서있던 담임 선생님은 까불면 맞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하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개미와 개미귀신을 말했을까 싶다. 하지만 비록 장난친 것처럼 보여도 엄연히 그 둘이 천적관계인 것은 사실이다. 난 당연히 ‘넌 어린나이에 자연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구나.’라며 선생님의 탄복이 이어질거라 생각했었다. 그래. 우매한 같은 반 녀석들이야 이런 고급 지식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선생님 역시 한통속이 되어 웃고 있다니. 그건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던 혜성과 맞먹는 큰 충격이었다. 난 그래서 아직도 잠자리를 볼 때면 종종 당시의 억울함이 떠오르곤 한다. 아마도 그날 저녁 밤 하늘에서는 별이 하나 졌을 것이다. 분명.

선생님. 개미를 잡아먹고 사는 개미 귀신이란 벌레는 정말로 있습니다.
# by | 2009/10/14 03:08 | 비상구 | 트랙백 | 덧글(17)
사람들은 곧잘 정치판 만큼 더러운 곳은 없다고 말한다. 이번 장관 인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인사청문회를 보더라도 질문하는 놈이나 대답하는 놈이나 어디서 이런 양아치에 사기꾼들만 모아다 놓았나 싶다. 이렇듯 방사능 폐기물에 맞먹는 정치판을 보며 사람들은 똥 피하듯 외면하고 관심을 끊어 버렸다. 정치가가 개판을 칠수록 투표율은 해마다 떨어졌다.
이러한 정치 혐오증은 세계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2001년 영국에서는 총선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도 낮은 투표율에 총선이 끝난 뒤 언론은 질 낮은 정치가 사람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며 정치권을 비난했다. 그러자 이런 비난에 대해 전 하원의원인 재키 발라드(Jackie Ballard)가 일갈한다.

“정치가들 탓이라고? 이제는 누군가 유권자들을 탓할 때이다. 2년마다 한 번씩 투표장으로 걸어가 투표용지에 표 하나 찍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당신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선거 투표권을 얻기 위해 말 그대로 죽어간다. 이 나라에는 잘못된 것과 고쳐야 할 것들이 지독히 많다.....하지만 그저 집에 앉아서 한탄하기만 한다면, 당신은 그에 합당한 정부와 정치가들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린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나라다. 그럼 국회와 청와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 똥들의 출처는 당연한 거 아닌가? 그 똥 들은 우리의 욕망과 무관심과 무식함이 싸질러 놓은 것들이다. 정치판이란 건 어쩌면 그 사회가 보여주는 욕망과 철학의 바로미터이다. 그래서 우리 정치가 후지다는건 우리의 가치관들이 후지다는 말일 거다. 우리가 후진 가치관을 내다 버리지 않는한 우리의 정치 역시 3류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 by | 2009/10/01 17:26 | 화장실 | 트랙백 | 덧글(2)

매일 청소를 해도 다시 쌓이는 먼지. 도대체 먼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집안 먼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우리 몸에서 떨어져 나온 피부 조각이다. 피부세포의 수명은 20일 정도 되며 죽은 세포는 몸에서 떨어져 나온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각질이다. 이렇게 하루에 떨어져 나오는 각질은 무려 680g이나 된다. 그렇다면 피부세포가 이렇게 많이 떨어지는데 살은 도대체 왜 안빠지는 걸까? 그건 죽은 세포의 양 만큼 새로운 피부세포가 다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신은 쉬운 길을 주는 법이 없다.
* 어린이 과학 월간지 '과학쟁이'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 by | 2009/09/29 01:52 | 카툰실험실 | 트랙백 | 덧글(0)
2009년은 다윈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다윈의 해’다. 진화론이라는 세기의 떡밥을 만든 주인공의 해답게 올해 초 영국에서는 재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896년에 창립한 BHA는 현재 약 6천 5백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주로 과학, 인문 계통의
지식인들로 구성되었으며 의회에도 100명 이상의 의원이 지지그룹을 형성해
성공회가 국교인 영국에서 무종교인들의 권익을 돕고 있다.
리차드 도킨스가 부회장으로 있는 영국인본주의자협회(British Humanist Association, 줄여서 BHA)에서는 2008년 12월 말 영국 각지를 운행하는 버스에 도발적인 광고를 내었다. 회원과 일반인들에게서 기부를 받아 “아마도 신은 없을 것이다. 걱정 말고 인생을 즐겨라(There’s probably no God. Now stop worrying and enjoy your life)”라는 광고를 한 것이다. 재밌게 보였는지 곧이어서 스페인의 무신론 단체에서도 유사한 버스 광고를 내보냈다.

사진 속 이는 그 유명한 리차드 도킨스.
리차드 도킨스는 [눈먼 시계공],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등의 저자며 현재
옥스퍼드 대학의 석좌교수로 있다. 대표적인 진화론의 지지자로서 유신론자들을 향해
날카로운 단어들을 집어던지는 생물학계의 진중권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10월 BBC와
인터뷰에서는 "종교는 세금감면, 노력 없는 존경, 공격당하지 않을 권리, 어린이들을
세뇌할 권리 등에서 무임승차하고 있다"라며 또한번 종교계를 향해 광속구를 내질렀다.
그러자 발끈한 이가 나타났다. 그는 런던 소재의 러시아 전문 위성방송 ‘러시아 시간’의 사장 알렉산더 코로브코였다. 그는 BHA의 광고에 맞서 “신은 있다. 걱정 말고 인생을 즐겨라(There is God. Don’t Worry. Enjoy your life!)”라고 적어서 런던을 운행하는 버스에 광고를 하였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됐네, 지구는 물론 우주의 시작과 끝도 밝혀버리겠네 하는 2009년에도 신의 유무를 둘러싼 과학과 종교의 맞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논란의 중심에는 다윈의 진화론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래서 다윈의 해를 맞이하여 진화론으로 촉발된 신은 ‘있다! 없다?’의 시끄러운 떡밥의 역사를 한번 훑어보기로 하자.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그의 걸작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출판을
주저한 것은 종교적 핍박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당시의 과학으론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16세기가 되자 과학사에는 그 유명한 코페르니쿠스가 짠하고 나타난다. 그는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닌 태양이라는 지동설을 발표하면서 기독교가 그려놓은 세계관에 깽판을 놓기 시작한다. 17세기에는 과학의 본좌 갈릴레오가 다시한번 지동설로 쐐기를 박는다. 코페르니쿠스는 그저 이론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지동설을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킬 수 없었고 기독교 역시 심기가 불편한 정도였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달랐다. 그의 주장은 관측을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기독교는 입 닥치고 버로우 타라는 협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양립할 수 없는 과학과 종교의 대립은 이후 더욱 가열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둘은 동맹을 맺게 된다. 과학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설계를 탐구함으로서 위대한 설계자와 그의 섭리를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학과 종교의 허니문은 영국에서 더욱 튼튼한 기반을 확보한다.
허니문은 19세기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1802년 설계는 설계자를 필요로 한다는 주장을 담은 윌리엄 팰리의 [자연신학, 혹은 자연 현상에서 모은 신의 존재와 속성에 관한 증거들 Nature Theology, or Evidence of the Existence and Attributes of the Deity Collected from the Appearances of Nature]]이 출간된다.

내용을 짧게 소개하자면.
“길가다가 떨어진 시계를 보면 당연 시계공이 만들었겠구나 생각하는게 당연지사. 그렇다면 그런 시계보다 훨씬 복잡한 생물들을 보면 당연히 전능한 신이 만든 것이 분명하지 않겠느뇨~”
그렇다. 이 책은 현재 창조론의 버전업인 지적설계론의 토대로 쓰였으며 리차드 도킨스의 책 [눈먼 시계공]에서의 ‘시계공’은 바로 윌리엄 펠리의 그 시계공인 것이다.
이 책은 당시 젊은 찰스 다윈은 물론 과학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종교와 과학은 결국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상을 심어주었으며 현재 까지도 진화론을 공격하는 창조론자들의 대들보가 되고 있다.
-2부에서 계속-

팀 버튼 감독이 건져 올린 감독답게 팀 버튼 취향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눈을 즐겁게 하지만 허무한 스토리는 마음을 좀먹게 만들고 있다. 왜 살포대 인형이 9명인지, 왜 인형들은 기계들에게 노려지는지 등등등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설명들이 일언반구도 없다. 엔당 크레딧이 올라가도 제목의 '9'란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조차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 감독은 도대체 뭘 만들었고 난 뭘 본거란 말인가.
결국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3D애니메이터의 포트폴리오 같다. 물론 원작은 10분짜리 단편애니메이션이다. 그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기 위해 감독이 노력한 부분은 좀더 나아간 아이디어와 좀더 멋들어진 영상이었을 뿐 정작 스토리는 10분짜리를 1시간 20분으로 쭉잡아 늘린 것 밖에는 없어 보인다.
# by | 2009/09/16 19:21 | 영화대담실 | 트랙백 | 덧글(2)